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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과 존엄한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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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동창회1 댓글 0건 조회 1,862회 작성일 21-11-24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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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은 계명대 동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아버지가 방금 돌아가셨어요. 입원 중인 어머니께 지금 전화로 알려드리려고 하는데 충격으로 쓰러지실까 걱정이에요. 

어머니를 잘 부탁합니다."

코로나19 1차 대유행이 한창이던 지난해 3월 중순 코로나 병동으로 걸려온 전화다. 

70대 부부가 함께 확진을 받았지만 서로 다른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고, 안타깝게도 남편이 사망하게 된 것이다. 

남편의 슬픈 소식을 듣고도 마지막 배웅조차 할 수 없었던 아내는 그저 눈물만 흘렸다. 곁을 지키던 의료진의 눈시울도 붉어졌다.

코로나19로 누구보다 큰 고통을 겪은 이들은 이처럼 마지막 작별 인사조차 하지 못하고 영원한 이별을 맞은 망자와 유족이 아닐까? 

코로나 환자가 위독해지면 폐쇄회로(CC)TV로 임종을 지켜보거나, 한두명의 가족만 개인 보호구를 착용하고 

격리 병실의 창을 통해서 가족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 유리창에는 사랑하는 이에게 전하고 싶었던 마지막 메시지가 씌어 있었다. '미안해요', '사랑해요', '걱정하지 마세요'.

코로나19 환자가 사망하면 시신은 비닐 백과 시신 백에 이중으로 밀봉된 후 병실에서 나올 수 있다. 

방역 당국의 '선(先) 화장, 후(後) 장례'의 지침에 따라 염이나 입관식은 생략된 채 사망한 당일 화장된다. 

고인은 한 줌의 재가 되어 유골함에 담긴 후에야 사랑하는 가족의 품에 안길 수 있다. 

'애도의 시간'마저 박탈된 이러한 '코로나 장례'는 유족들의 마음을 멍들게 했다.

'시신으로부터 코로나 감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증거는 없다.' 2020년 3월 세계보건기구(WHO)의 발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역시 코로나19 사망자의 장례는 유가족의 바람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를 맞아 우리는 그동안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때마다 지혜를 모아 대안을 찾았다. 

그러나 코로나 사망자들의 '존엄한 죽음'을 보장하는 데 너무 무심했던 건 아닐까? 

실제로 지난 2년간 코로나 장례 지침은 단 한 차례 미미하게 개정되었을 뿐이다. 

최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정상적인 장례'를 치를 수 있게 지침을 보완하겠다는 뜻을 밝혀 그나마 다행이다.

장례 지침 개정보다 시급한 것이 있다. 코로나 사망자와 유족을 대하는 우리의 '인식 교정'이다. 

따뜻한 위로를 받아야 할 '피해자' 임에도 불구하고 '감염병 전파자'처럼 바라보는 왜곡된 시선에 그들은 힘들어했다. 

가족의 부고도 제대로 전하지 못했고, 소리 내어 울 수조차 없었다.

'늦은 배웅', 부산시립미술관이 코로나로 사망한 가족에게 보내는 마지막 인사를 담은 사연을 모아 올 봄에 개최한 전시회의 주제다. 

망자를 애도함과 동시에 유족에 대한 우리 사회의 낙인과 혐오를 공감과 연대로 바꿔내기 위한 노력에 많은 유족이 위로를 받았다.

"저희를 피하지 않고 보듬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너무 커요. 어떡하니, 안타깝다. 

백 마디 말보다 저희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조금만 공감해주고 따뜻한 눈으로 바라만 봐줘도 위로가 됩니다."

지난 4월, 사랑하는 아빠를 코로나로 떠나보낸 딸이 타전하는 간절한 바람에 우리가 따뜻하게 화답해야 할 때다.

김동은(의학과 '95) 계명대 동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매일신문 2021. 1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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