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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광장] 무엇을 먼저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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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9,042회 작성일 06-1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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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광장] 무엇을 먼저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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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에서 지하철을 타면 넥타이를 맨 단정한 직장인이 보이지 않는다. 서울이나 세계 주요도시의 지하철의 풍경과는 사뭇 다르다. 지역에서 넥타이 부대가 사라지고 있는 느낌을 받을 때마다 수도권에서 들려오는 광풍과 같은 집값 소식을 들을 때처럼 가슴에 알싸한 묘한 외로움이 남는다. 여러 모임에 나가 보기도 하지만 사람은 거의가 그 때 그 사람일 뿐 외지에서 유입된 야심만만한 뉴페이스를 만난지는 이미 오래되었다.

  대구경북살리기 펀드가 조성되었다는 소식이 들린다. 펀드는 지난번 지방선거에서 현 시장과 도지사가 핵심공약 사항으로 제안한 것이다. 지역민이 펀드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이를 통해 지역자금의 역외유출 현상이 완화되고, 또한 금융의 사각지대에 놓인 지역 중소기업으로 마침내 돈줄기가 방향을 틀어 흘러들어 가는 것을 보고 싶기 때문이다. 펀드가 지역자금의 순환구조를 이러한 방향으로 물꼬를 터 바로잡아 주기를 기대하지만 아직은 두고 볼 일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인재가 수도권으로 빠져나가고 지역에서 동원된 자금마저 역외로 유출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자는 것이다. 왜 사람이나 돈과 같은 경제적 자원이 지역을 떠나는 것일까? 크게 두 가지 경우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다.

  하나는 떠밀려(push) 나가는 것이다. 지역에 머무르고 싶지만 그럴 수 없어 빠져나가는 경우이다. 굳이 따지자면 이 경우의 책임 소재는 지역 내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이끌려(pull) 나가는 것이다. 지역 바깥에 더 좋은 기회가 있어 자발적으로 빠져나가는 경우이다. 이는 외부적 유인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그 탓을 전적으로 지역 내부로 돌릴 수는 없다.  

  지역의 경제적 자원이 내부에서 도저히 희망의 가능성을 발견하지 못하여 마치 등 떠밀리듯이 외부로 빠져나가는 경우는 지역의 경제적 환경이 어려울수록 심해진다. 지역이 이러한 유출을 방치해두면 경제는 상승 작용을 일으키며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이와는 달리 지역 외부에 매력적인 경제적 환경과 투자의 대상에 이끌려 지역의 소중한 자원이 유출되는 수가 있다. 이는 지역의 입장에서 안타까운 사실이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다. 이를 억지로 막는 것은 오히려 다른 차원에서 경제적 비효율성과 자원의 낭비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에서 경제적 자원의 역외 유출에 대응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식은 역으로 외부의 경제적 자원을 역내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유출되는 경제적 자원보다 유입되는 경제적 자원이 많을 때 지역경제는 살아난다. 외부 자원의 역내 유입 역시 떠밀려 들어오는 경우와 이끌려 들어오는 경우로 구분할 수 있다.

  경제적 자원이 외부에서 지역으로 떠밀려 들어오는 것은 주로 중앙정부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중앙정부는 국토균형개발 차원에서 혹은 지역진흥이라는 명분에 의해 중앙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을 지역으로 이전시키고 있다.

  사람과 돈은 물론이고 여타 경제적 자원이 하염없이 지역을 떠나고 있는 것을 지켜보면서 지역은 이를 보완하기 위한 방편으로 중앙정부의 예산 배분에 필사적으로 매달리고 있다. 이러저러한 논리와 명분으로 그럴듯하게 포장된 프로젝트를 지역에서 기획하고 중앙 정부를 설득하여 예산을 받아내는 것이 최근에 새로 시도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결국 외부의 경제적 자원이 떠밀려서 지역으로 유입되는 경우에 불과하다. 이는 중앙정부와 자치단체장이 정치적 생색을 내는 데 가장 유효한 방식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선호되고 있지만 경제적 유효성은 실패한 것으로 판명되고 있다. 중앙정부의 경제적 자원 배분에 의존하여 지역경제를 살리는데 성공하였다고 하는 사례는 세계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다.

  결국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역외의 경제적 자원이 자발적으로 지역으로 이끌려 유입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여야 한다. 지역이 이러한 방식으로 역외의 경제적 자원을 동원할 수 있을 때 그 경제적 효율성을 보장받을 수 있음은 물론이고 지역 발전의 장기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다.

  물론 이는 말만큼 쉬운 목표는 아니다. 지방자치단체장의 임기 중에 가시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을 무엇보다도 먼저 해야 하는 이유는 우리 지역이 이미 늦어도 너무 늦었기 때문이다.  

  김영철(계명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 2006년 11월 27일 - 매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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