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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광장] 대구 르네상스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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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9,681회 작성일 06-1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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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광장] 대구 르네상스를 꿈꾸며
뉴욕의 크리스마스를 생각하면 록펠러 센터 앞에 서있는 대형 크리스마스트리가 떠오른다. 추운 뉴욕의 밤거리에는 단지 그것을 보려고 사람이 몰려든다.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이제 뉴욕 사람들은 타임스퀘어 광장의 신년 행사를 기다린다. 제야의 광장에 빼곡히 모인 사람들은 새로운 한해가 시작되는 순간 공중에서 떨어지는 커다란 유리 사과를 보면서 괴성을 지르고 아무나 붙들고 키스를 해댄다.

왜 난데없는 뉴욕 이야기냐고? 그것은 뉴욕이 빅 애플’이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이 사과와 관련되어 있다는 바로 그 사실 때문에 뉴욕에 대하여 나도 모르는 사이 친근감을 느끼게 됐다.  

아뿔싸, 사과라고 하면 원래 대구가 아니었던가? 우리 세대로서는 어린 시절 대구하면 무엇보다도 먼저 사과를 연상하는데 그것은 거의 본능에 가까운 반응이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대구는 사과라는 이미지와 스스로 결별하고 있다. 그런데 바로 그 사과가 뉴욕을 상징하고 있을 줄이야!  이건 마치 옛 애인을 먼 외국 땅에서 우연하게 마주치게 된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사람들은 대구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없다고 한다. 이는 대구가 앞으로 무엇으로 먹고 살지에 대해 시민들이 공유하는 전망’(shared vision)을 상실하고 있는 것만큼이나 슬픈 일이다. 도시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나름대로 개성을 가지고 매력적인 이미지를 풍겨야 성공할 수 있다. 도시는 그래야 사람과 돈이 꾀어든다. 대구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없다는 것과 대구 경제가 위기에 처해 있다는 말은 어쩌면 동어반복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현재 대구가 처해 있는 갑갑한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서 새로운 도시 이미지를 만들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는 섣불리 의욕만을 내세워서 가능한 것은 아니다. 대구의 여러 정황을 살펴볼 때, 그 방식은 과거로부터 면면히 내려오는 도시 정체성을 확고히 지키면서도 21세기에 걸맞은 새로운 변용을 과감하게 선언하는 파격을 동시에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

영국 런던의 템스강가에는 태튼 현대 미술관이 있다. 산업혁명 시기로부터 유래된 폐허와 같은 오랜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세계에서 가장 전위적인 미술 작품을 전시하는 곳이다. 그곳에 가면 인류 문화의 과거와 미래가 극명하게 대비되면서 또한 한편에서는 절묘하게 조화되는 감동을 느끼게 된다. 런던은 태튼 미술관을 통해 장구한 역사성을 내면화시킨 고도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가장 첨단의 이미지를 갖춘 현대적인 도시로 격상되고 있다.

대구시는 최근 컬러풀 대구’(Colorful Daegu)라는 말을 유통시키고 있는데 어느 정도 성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컬러풀 대구라는 말은 참신하기는 하지만 통일된 이미지를 만들어내지는 못하고 있다는 아쉬움을 느끼게 된다. 나는 이참에 대구를 컬러풀 애플’(Colorful Apple) 혹은 색동 사과’라는 예쁜 별칭을 만들어 부르는 것을 제안한다. 이를 통해 도시 이미지를 재창조하고 이를 대구 르네상스 운동의 도구로 삼자는 것이다.

컬러풀 애플’이라는 대구의 별칭에서 내가 기대하는 이미지는 복합적인 것이다. 우선 빅 애플’ 뉴욕이 상징하는 자유분방함과 다양성을 차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대구가 세계화를 지향하기 위해 반드시 배양해야 할 덕목이다. 또한 태튼 미술관이 당당하게 내세우고 있는 역사와 미래에 대한 한없는 관용과 저돌적인 도발 정신을 벤치마킹할 수 있다. 대구 르네상스 운동을 위해서는 태튼 미술관이 주는 그와 같은 감동을 요구한다.

그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컴퓨터 회사인 애플사의 이미지를 끌어올 수 있다. 애플사를 떠올리면 누구나 애플사의 로고인 작고 멋스러운 사과그림의 로고를 연상한다. 애플은 이제 디지털 시대의 지식을 상징한 지 오래되었다. 그리고 사과는 비타민이다. 비타민은 생명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점에서 사과는 21세기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할 수 있는 생태적 문제의식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말은 치레일 뿐. 정작 중요한 것은 대구사람들의 마음에 컬러풀 애플’이라는 이미지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미래를 향한 에너지로 삼을 때 대구 르네상스의 시대의 서막이 예고될 수 있을 터.

김영철 계명대 경제학과 교수

 
 
- 2006년 12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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