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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막래 계명대 러시아어문학부 교수·딸 정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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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4,487회 작성일 11-07-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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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막래 계명대 러시아어문학부 교수·딸 정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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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딸’

세상의 모든 딸에겐 엄마가 있을 터이고, 엄마와 딸은 세상의 절반이다. 딸이 아니면 아들일 테니. 하지만 엄마와 딸이 어떤 유대감과 관계 속에 살아가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의 모습을 보일 것이다. 평생 친구가 될 수도, 서로 마음에 상처를 줄 수도 있다.

대한민국 TOP 10 모녀 관계를 뽑는다면 아마 지금 소개할 이 엄마와 딸이 순위권에 들어가지 않을까 싶다. 바로 정막래(47) 계명대 러시아어문학부 교수와 그의 딸 정사랑(18) 양이다. 언뜻 봐선 친해 보이는 평범한 모녀인데 인터뷰를 하면서 두 사람의 얘기를 들어보니, 점입가경이다. 아기자기하게 딱딱 맞아떨어지는 둘의 얘기는 귀를 쫑긋 세우고 가끔 눈을 휘둥그레 뜨고 들어야 할 흥미로운 스토리였다.

이런 두 사람이 세상을 향해 외치니 세상이 꿈틀댔다. 딸의 최연소 검정고시 합격, 계명대 수석 졸업(전 학기 모든 과목 A+), 서울대 대학원 입학, 러시아어 교재 토르플’ 공동저자, 봉사활동 표창 등. 남들이 어렵게 도전해 이뤄내는 것들을 물 흐르듯 자연스레 이뤄내고 있다. 특히 어머니가 자칭 틈새시장 전략’(지름길이나 좋은 방법을 기가 막히게 찾아냄)으로 딸에게 도움이 되는 일들을 귀신처럼 찾아내고, 어려울 땐 어디서 구해왔는지도 모를 디딤돌을 놓아준다.

6일 정막래 교수의 연구실에서 모녀를 만났다. 10분쯤 지나 서로에 대한 경계심이 사라지고, 마음을 터놓자 두 사람은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다. 손발이 척척 맞을 때는 기자가 끼어들 틈이 없었다. 친구 같은 멘토`멘티’이기도 한 이 엄마와 딸의 특별한 얘기 속으로 빠져보자.

◆또 하나의 엄마와 딸’

엄마와 딸’이 있기 전 또 하나의 엄마와 딸’이 있었다. 정막래 교수를 엄마에서 다시 딸의 존재로 만드는 고금철(88) 할머니. 아직도 피부가 뽀얗고, 성경을 돋보기 없이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정정하다. 집안에 가면 늘 웃음보가 넘친단다. 집에 돌아오면 딸과 손녀는 그날 세상에서 했던 일들을 할머니에게 보고한다. 할머니는 이 시간이 가장 즐거운 시간이다. 이런 얘기도 한다. “오래 살았지만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할머니의 이런 긍정적이고, 밝은 정신세계가 아무래도 정 교수와 사랑 양에겐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주었을 것이다. 같은 마인드로 살아가다 보니 세 사람은 그렇게 더없이 행복한 것이다.

이들 세 사람이 사는 곳은 계명대 영암관 건물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떨어져 있는 아파트다. 사랑 양의 이모 정옥자(51) 씨까지 4명의 여성이 살고 있다. 정 교수는 능청스레 이런 얘기도 했다. “제가 일찍 헤어진 탓(이혼)에 4명이 오순도순 잘 살고 있습니다. 우리 집에 남자만 있으면 완벽한데….”

◆딸의 도전과 엄마의 기쁨

정 교수는 딸 사랑이의 도전이 자랑스럽다. 물론 딸이 이렇게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런저런 자양분을 옆에 갖다두는 넛지’(nudge`쿡 찌르다, 살살 밀다) 전략을 구사하기도 한다. 하지만 기대 이상으로 척척 잘 알아서 자기 인생을 개척해가는 딸이 자랑스럽고, 세상의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기쁨이다.

엄마와 딸의 인생 행보는 대략 이렇다. 엄마는 대학을 졸업하고, 러시아 모스크바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마치고 이후 계명대로 왔다. 계명대로 온 지, 1년도 되지 않아 교수 자리를 꿰찼다. 그리고 계명대 러시아어문학과를 전국의 명문학과로 만들기 위해 실질적인 성과(2002년 국내 최초로 러시아어 능력평가시험 주관 기관 지정)를 내고 있다. 러시아에서 태어난 그 딸은 한국에서 중학교 1학년 1학기를 다니다 학교를 그만뒀다. 학급에서 1등 하는 모범생이었다. 다소의 평지풍파가 있었지만 불과 6개월 만에 고입 검정고시 합격, 그리고 1년도 되지 않아 고졸 검정고시 합격이라는 결과를 들고 나타났다. 이로써 만 13세에 엄마가 있는 계명대 러시아어문학부에 당당히 입학했다. 엄마가 전공학과 교수, 딸은 그 교수로부터 가르침을 받는 대학생. 사제 관계가 돼 버렸다.

딸은 이런 엄마에게 “제 친구 같은 멘토죠. 항상 옆에 있어줘서 고마운 존재고요”라고 말한다.

◆최연소 교수를 꿈꾸며  

꿈많은 소녀는 엄마라는 든든한 응원자를 가슴에 품고, 이제 더 큰 세상을 향해 달려간다. 올 2학기에 서울대 대학원 정치학과에 입학할 예정이다. 엄마 곁을 떠나 서울대 기숙사에서 생활을 해야 한다. 둘은 서로에게 “떨어져 있어도 각자 잘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사랑 양은 사실 아직도 중학교 교복을 입혀놓아도 잘 어울릴 것 같은 소녀다. 하지만 그 꿈만은 당차다. 공부를 계속 해 일찍 교수가 되는 것이다. 그 길을 잘 가고 있다. 남들과는 다른 방법으로. 현재의 페이스라면 23~25세쯤 어느 대학 강단에 서지 않을까?

다소 놀란 것은 엄마의 놀라운 틈새시장 전략과 딸의 다재다능함이었다. 공부만 하면서 다른 분야는 잘 모를 것 같은데 엄마는 안식년 때 딸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기 위해 미국 고교 생활과 대학 청강 등의 방법을 찾아내 1년 동안 글로벌 학창시절의 기쁨을 안겨줬다. 그리고 딸이 쓴 에세이, 소녀 대학생’(계명대 출판부)이 출간되도록 도왔고, 러시아어 교재인 토르플’을 함께 썼다. 딸은 러시아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러시아어 실력이 상당하다.

이 딸은 책만 읽는 모범생이 아니었다. 영어와 러시아어 실력이 수준급일 뿐 아니라 그림도 그리고, 기타도 치고, 노래도 잘 부르고(특히 디즈니 동요), 농구도 좋아한다. 이런 딸에게 엄마는 “인생을 풍요롭게 살기 위해서는 많은 재능을 갖고 있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요즘은 우리 딸이 이런 남자를 만났으면 하는 바람에서 농담 삼아 현실이나 드라마 속 남자들에 대해 평가를 하곤 한다”고 크게 웃었다.        

◆봉사도 함께 하는 모녀

엄마와 딸이 나란히 봉사활동에 나서, 지난달 우즈베키스탄 대한민국 특명 전권대사로부터 감사장을 받았다. 올해 5월 13일부터 20일까지 우즈베키스탄 고려인 1세대들이 모국을 방문했을 때, 이 두 모녀를 비롯한 계명대 러시아어문학과 학생들은 러시아어 통역을 비롯해 나이 든 이들을 부축해주는 일까지 했다. 두 모녀는 봉사의 주축이었다. 두 사람은 감사장을 자랑스럽게 보여줬다. “앞으로도 계속 이 봉사활동을 할 것입니다. 고려인 1세대는 이제 나이가 많이 들어, 평생 다시는 한국에 오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더 잘 해줘야 합니다.”

모녀는 이 봉사뿐 아니라 매년 대구 달서구에서 하는 다문화가정 돕기 봉사활동에도 나서고 있다. 특이한 이름의 두 사람. 막래는 딸 이제 그만’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고, 사랑은 믿음`소망`사랑 중 제일이라는 그 사랑이다. 사랑 양의 러시아 이름은 사랑이라는 뜻의 류바’이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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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작성일 : 2011년 07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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