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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2월 졸업한 캐서린 양(한국문화정보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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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2,552회 작성일 08-0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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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들의 수다 대구 사는 두 미인이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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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뜨기 두 여인이 만났다. 사실 시골뜨기라는 표현은 신문용으로 순화한 것일 뿐 실제 그들은 컨트리 범킨(country bumpkin)이라고 스스로를 불렀고, 무슨 뜻인지 묻는 기자에게 촌×이라고 통역해 주었다. 호주 남쪽 태즈메니아 출신인 리아 브로드비(Leah Broadby·28)와 뉴질랜드 남섬 출신의 캐서린 베일리(Catherine Baillie·27). 하기야 이들이 살았던 고향 동네에 비하면 인구 250만 명의 대구는 어마어마한 대도시임에 틀림없으리라. 하지만 그저 도시 크기와 인구 규모로 대도시와 시골을 나누는 이분법적인 발상은 이들에게 유머의 소재일 뿐이다. 오히려 이들은 고향을 떠나 지구촌 곳곳을 누비면서 그곳 사람들과 교감을 쌓았고, 이제 한국에서도 대구에 정착해 우리 삶과 문화를 배우고 있는 글로벌 마인드, 즉 세계화 사고를 지닌 신여성으로 불러주는 것이 바람직할 듯하다.

◆ 호구조사는 제발 그만

영어로 대화하는 비슷한 또래의 백인 여성이라는 점 외에는 사실 공통점을 찾기 어렵다. 하지만 처음 만나 서먹한 시간은 1분 남짓. 인터뷰는 제쳐 두고 둘이서 영어로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자들에게 수다는 삶의 비타민인 모양이다. 이름을 묻고 나이를 묻고 고향을 묻더니만 한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 리아가 언니라고 불러하며 선공을 날렸다. 하지만 케이티(캐서린 대신 애칭인 케이티로 불러달란다)는 쉽지 않을 걸이라며 응수한다. 나이 따지고 학번 따져서 서열을 정하는 모습이 영판 한국사람 같아서 원래 그렇게 나이도 묻고 언니, 동생을 따지냐라고 물었더니 슬그머니 눈꼬리를 치껴뜬 케이티가 정색을 하며 답했다. 한국사람 다 된 거죠. 서양 사람들한테 나이 묻고, 가족관계 묻는 건 엄청난 실례예요. 한국에 살다 보니 그런 감이 둔해진 거예요. 특히 처음 본 사람인데도 남자 친구 있어요라고 묻는데, 정말 질려버리겠더라고요. 게다가 한달에 얼마 버는지는 왜 그렇게 궁금해하는 거예요. 호구 조사를 하려던 기자는 그만 머쓱해지고 말았다. 인터뷰하며 가장 촌스러운(?) 질문 중 하나가 우리말을 어떻게 그렇게 잘해요라거나 그렇게 매운 것도 먹을 줄 알아요, 어느 대학 졸업했어요라는 물음이란다. 차 떼고 포 떼고 도대체 무엇을 물어보라는 건지? 얼마 전부터 케이티는 서울에 방송 녹화를 갔다가 식당에서 한 남자를 만났고 친구이자 연인 사이로 발전 중이다. 그녀가 알고 있는 남자 친구에 대한 정보는 경남 남해가 고향이며, 현재 아르바이트하는 대학생, 나이는 세살 연하라는 것뿐이다. 어느 대학에 다니고 전공이 무엇인지는 전혀 모른다. 기자의 의아스런 표정에 그는 이렇게 말했다. 거봐! 또 저런 거 궁금해하잖아. 그게 왜 알고 싶어요?

◆ 한국적 전통의 재발견

이야기는 엉뚱하게 한의학으로 옮겨갔다. 발단은 술 이야기. 한국 친구들과 어울리며 곧잘 술잔을 기울인다는 두 사람은 뜬금없이 체질을 들고 나왔다. 몸이 찬 사람에게 맥주가 좋지 않다느니, 술도 체질에 따라 마셔야 한다느니. 리아는 대학에서 한때 자연요법을 전공했었고, 케이티는 한방에 관심이 많아서 혼자 한의학 책을 보고 약전골목을 누비며 체질에 맞는 한방음식까지 만들어볼 정도라고 했다. 대학축제 때 알게 된 역술가에서 사주팔자 보는 법까지 배워서 돗자리 깔아라는 농담까지 들을 수준이 됐다.

서양에서도 최근 들어 자연요법이나 동양 의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양의학에 비해 천시받고 있다는 말이 보태졌고, 급기야 대화는 전통 문화에 대한 현대적 접근이라는 까다로운 주제로 넘어가버렸다. 케이티는 대뜸 한국 사람들이 전통이나 문화라며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는 것들이 사실 많이 왜곡돼 있다고 했다. 특히 여성의 사회적 지위에 대해 그는 한국 문화를 전공한 사람답게 조선 전기까지만 해도 남녀가 상당히 평등했는데 이후부터 달라졌다며 이런 내용도 모른 채 여성을 낮게 평가하는 것은 한국의 전통 문화를 모르기 때문이라고 일침을 놨다. 듣고 있던 리아도 이런 걸 기사로 써야 한다라며 거들었다.

◆ 미녀들의 수다

잠시 인터뷰가 중단된 틈을 타 둘은 다시 영어 수다를 시작했다. 어학원 한 번 다닌 적 없이 시장과 골목을 돌아다니며 배웠다기에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한국어 실력이지만 역시 편한 대화는 모국어로 해야 하나 보다. 대화 도중 스키니(skinny·비쩍 마른)와 성형수술이란 단어가 튀어나왔다. 토크쇼 미녀들의 수다가 주제였다. 지나치게 날씬한 몸매와 예쁜 얼굴을 무기로 내세우는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 1시간 프로그램을 위해서 6시간 녹화가 이어지고, 또 보는 것과는 달리 모든 외국인 출연진들의 대화가 미리 대본에 의해 정해진 것이라고 했다. 케이티는 실제로 지난 주 자신이 한 이야기를 잊어버렸다고 했다. 녹화 전에 대본을 보고 무슨 말을 할지 외워야 하기 때문에 녹화 끝나고 실제 방송할 때 쯤이면 내용을 다 까먹어요. 미수다 초기에 외국 여성들의 신선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한국의 모습은 많이 사라진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리아도 다른 방송 출연을 제안받았었다고 했다. 서울의 한 매니지먼트 회사에서 연락이 와서 찾아갔더니 턱이며 코를 수술하고, 살을 빼기 위해 하루 네댓 시간 운동을 하라고 했단다. 너무 어이가 없어 두말 않고 그만두었다는 리아는 지나치게 예쁜 것만 강요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은 성형수술로 바꿀 수도, 하루 네댓 시간 운동으로 뺄 수도 없는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다. 세상을 향한 열린 마음, 그리고 자신이 살고 있는 대구와 대구 사람에 대한 애정만큼은 그 어떤 외면적 아름다움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처음 만나 친구가 된 그들은 한 시간 남짓 이뤄진 인터뷰가 못내 아쉬웠던지 휴대폰을 주고받으며 연락처를 남겼고, 돌아서는 길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조만간 쐬주 한 잔 해요라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 리아는?

밤이면 뒷마당에 캥거루가 뛰노는 호주 태즈메니아 시골 출신. 대학에서 자연치료를 전공하다가 넓은 세상을 알고 싶어 여행을 떠났다. 인도와 네팔에도 다녀왔고, 호주에서 친하게 지내던 한국 친구들과의 인연 덕분에 대구에 정착하게 됐다. 지난해 신문기자인 대구 남자와 결혼해서 한창 신혼의 단꿈을 꾸고 있다. 새벽에 잠 깨어 남편이 일하는 것을 보고 너무 마음 아프다고 말하고, 우리말로 수다를 떨다가도 못 알아듣는 말이 나오면 머라카노라는 말이 부지불식간에 튀어나오는 마음 착한 경상도 새댁이다. 시를 쓰고 그림도 그리며, 얼마 전 개인 전시회를 갖기도 했다. 호주에 사는 남동생은 그곳에 입양된 한국인 아가씨와 내년 2월에 결혼할 예정이란다.

※ 캐서린은?

토크쇼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하고 있으며, 지난주 계명대 한국문화정보학과를 졸업한 뒤 대학원(디지털영상학과)에 진학했다. 아프리카 잠비아에서 태어난 뒤 세살까지 그곳에서 살았고, 스코틀랜드 에딘버러와 뉴질랜드에서 살다가 2003년 고교 졸업 후 대구에서 영어 강사를 하던 어머니를 만나러 온 뒤 계속 살게 됐다. 취재 중 엉뚱한 질문을 한다며 기자에게 면박을 주기도 하고, 겸연쩍은 표정을 짓는 기자에게 개띠죠? 나랑 띠동갑이네. 하여튼 개띠가 좀 소심해요라며 농담을 던질 줄 아는 대구 아가씨. 새침데기 서울 사람보다 구수한 대구 사람이 좋아서 졸업 후에도 계속 살고 싶고, 대구를 깎아내리는 말을 들으면 무척 화가 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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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02월 2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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