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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 계명대 동산의료원 임만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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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5,851회 작성일 08-05-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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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 계명대 동산의료원 임만빈 교수
섬세한 손길로 뇌혈관 누빈 3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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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 손상된 뇌혈관 영상자료를 살펴보고 있는 임만빈 교수.
  그는 2년을 더 살았다. 1년 반은 증상 없이 살았고, 4개월은 재발한 종양 때문에 머리가 아파 고생하며 살았고, 2개월은 무의식 상태에서 가끔씩 발작증세를 보이다가 가버렸다. 뇌종양 환자가 수술 후 2년간 서서히 죽음을 맞이하면서 수술을 집도한 의사와 친구가 됐다. 그의 머리가 아프면 나도 머리가 아팠고, 그가 발작하면 내 몸도 뒤틀렸다. 그가 죽고 난 후 다시는 뇌종양 환자를 수술 하지 않기로 했다. 수필집선생님, 안 나아서 미안해요(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선정 2007우수문학도서)’에 나오는 구절로 죽음을 앞둔 환자와 의사 간 짠한 우정을 소년같은 여린 감성으로 그리고 있다.  의사가 된 지 35년, 신경외과 의사로 산 지 27년째인 계명대 동산의료원 신경외과 임만빈(60) 교수. 그는 이 수필집에서 좋은 의사(名醫)란 의사의 입장보다는 환자의 입장에서 치료하는 사람이라고 단언한다. 그도 그럴 것이 임 교수는 어쩌면 생사의 갈림길에서 삶보다는 죽음을 더 많이 담보해야 하는 뇌수술 전문 외과의사이기 때문이다.

“70년대 중반 전공의 시절 유난히 교통사고 환자가 많았던 것 같아요. 특히 머리를 다친 응급환자들은 즉각 치료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할 때가 많았죠.”

하지만 그때만 해도 뇌를 수술할 전문의는 드물었다.

신경외과 전공의로서 떠밀리다시피 뇌수술을 맡게 된 임 교수는 뇌혈관을 잇는 의술을 터득하기 위해 의국 한 켠에서 1주일에 평균 5마리의 쥐를 상대로 6개월 동안 경동맥과 대퇴동맥을 연결하는 동물실험을 했다. 혈관연결의 성공률 95%에 이르자 자신감이 높아졌다. 혈관을 박리하거나 연결시켜 혈류를 개선시키는 일은 모든 신경외과의사의 기초의술이다.

“이상하게 뇌에 흥미가 있었고 재능과 맞아떨어진 것 같습니다.” 당시엔 CT가 없어 머리 X선이나 뇌혈관 조영술을 통해 이상 유무를 확인해야 했기 때문에 진단까지 비교적 오랜 시간이 걸렸으나 81년 CT가 도입되면서 빠른 진단과 정확한 수술이 가능해졌다. 80년대 후반 캐나다 서부 온타리오대와 미 버지니아주립대 연수는 뇌질환에 대한 자신감을 더욱 키우게 된 계기가 됐다.

현재까지 임 교수가 집도한 뇌수술은 종양과 외상, 뇌동맥류 등 6천례를 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영혼과 인격을 담고 있는 뇌는 해부학적으로 들여다보면 무척 아름답다. 그러면서 복잡하게 뻗어 있는 뇌혈관을 덜어내고 혹은 이어줘야 하는 손길은 고도의 섬세함과 집중력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평균 수술시간만도 6시간은 보통이다. 이순(耳順)에 접어든 그를 지탱하는 체력은 평소 즐기는 테니스 덕분이다.

“최장 수술기록은 36시간입니다.”1990년대 초반 벌초 중 약 5cm길이의 철사가 튀어 머리 속 동맥에 박혀버린 환자였다. 철사가 끼인 부위는 해면정맥동내 경동맥. 뒷목 귀 아랫부분에서 눈 쪽으로 나 있는 이 곳은 외과적 접근이 힘들어 함부로 손을 대기 꺼려하는 부위이다. 임 교수는 이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뇌동맥과 뇌정맥의 연결부위가 기형으로 발달해 간질의 원인이 되는 환자도 힘든 수술 끝에 거의 정상적인 생활을 하게 했다. 서울에 사는 환자는 아직도 임 교수에게 정기적으로 약을 타 간다.

“CT와 MRI의 등장으로 의료기술은 급격히 발전했죠. 뇌수술도 사정은 같습니다. 요즘 외국학회에 나가면 국내 뇌혈관 관련 수술이 세계적 수준에 접근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한일뇌혈관외과학회 회장이기도 한 그는 이미 6년 전 일본 측이 한국의 뇌혈관수술 실력을 인정, 의료기술의 상호교류를 제의하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임 교수가 쓴 3권의 신경외과 관련 저서 중신경외과학’의 뇌동맥류 파트는 뇌전공의들의 교과서로 정평이 나 있으며, 130여편의 논문 중 10여편은 SCI에 등재됐다. 2003년과 2004년엔 대한뇌혈관학회지와 대한신경외과학회지에 2년 연속 최우수 논문상(공동)을 받았다. 그가 집도한 뇌동맥류 수술의 비디오 장면을 보면 복잡한 뇌혈관 사이를 누비는 그의 은빛 수술도구에 한치의 흐트러짐이 없다.

▩ 프로필

△1973년 경북대 의대 졸업 △76~81년 계명대 동산의료원 인턴 및 신경외과 전공의 △82~88년 경북대 의대 석`박사 △81년~현재 계명대 동산의료원 교수 △81년~현재 대한신경외과학회 회원 및 세계신경외과학회(WFNS) 회원 △2005 ~07년 계명대 의대 학장 △06~07년 대한신경외과학회 회장 △06~08년 제9차 한일뇌혈관외과학회 회장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사진 정재호기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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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04월 2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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