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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과 소통하는 학자들.. 이진우 전,계명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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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5,201회 작성일 10-06-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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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현 기자의 대중과 소통하는 학자들] <52> 이진우 前 계명대 총장

세계일보 | 입력 2010.05.31 22:41 | 수정 2010.06.01 19:22

 

기행문으로 풀어낸 사유… 철학을 지상으로 이끌다

평일 아침에 CEO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끝낸 이진우 전 계명대 총장(55·계명대 철학과 교수)을 서울 광화문에서 만났다. 강연의 주제는 전쟁의 신. 마키아벨리, 알렉산더, 칭기즈칸 등 인류 역사상 탁월한 리더십으로 전쟁에서 승리했던 이들의 지혜를 다룬다. 전쟁영웅이나 정치가 등 친숙한 인물을 통해 사회정치철학을 풀어낸다. 격주로 모두 12회 이어지는 강연이다. 아침 일찍 시작되는 그의 강연에는 이화경 오리온 사장 등 국내의 내로라하는 CEO 40명이 참석한다.

# 철학은 하나의 실마리로 여러 문제를 쫓아가는 것

이날 강연에서는 칭기즈칸의 노마디즘 리더십이 주제였다. 기동성으로 무장한 칭기즈칸의 자세는 현대사회에 여러 의미를 주기 때문이다. 전쟁에서 철학을 건져 올리느냐는 물음에 이 전 총장은 실존주의 철학자인 마르틴 하이데거의 말을 인용해 설명한다. 철학은 하나의 실마리로 다양한 문제를 쫓아가는 것이라며 전쟁에서 철학도 나오고, 철학에서 전쟁도 나온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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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전 계명대 총장이 보기에 삶은 철학 자체다. 이 전 총장은 철학과 사유를 할 때 사람은 인격을 갖춘 개인으로 보호된다고 여긴다. 그는 현대사회의 필연적 과정인 개인화가 이뤄지면서 개인과 사회가 조화를 이룰 때 자유주의도 정착하게 된다고 강조한다.
송원영 기자

이 전 총장은 실은 1981년 독일 유학을 시작한 이래 자유와 개인주의에 대해 관심을 둬왔다. 권력의 촘촘한 그물망에서 누릴 자유의 공간을 확보하는 문제를 고민하고 질문해 왔다. 권력은 철저하게 이중적인 이미지를 지닌다. 자유를 억압하는가 하면, 자유를 확장한다. 그는 진정한 자유는 하기 싫은 일은 하지 않는 것이라는 장 자크 루소의 말에 공감한다. 그러기에 자유는 목숨을 던지면서 지켜야할 가치라고 여긴다.

자유와 목숨을 연관시키더니 이제는 목숨과 삶을 연결해 설명한다. 이 전 총장은 내일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무엇인가를 간절히 원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매 순간 충실하라는 말이다. 그에게는 실험적 사유와 극단의 태도다. 극단의 태도에서 그가 끄집어내는 것은 전복 정신이다.

전복 정신은 의심의 철학이면서 현대성의 출발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현대성의 출발을 이끌었던 니체와 마르크스, 프로이트가 모두 전복 정신으로 무장했던 이들입니다.

리더십과 철학, 삶에 관한 주제를 넘나드는 이 전 총장의 관심 목록에는 생태학적 경제도 올라와 있다. 주요 내용은 자본과 생명의 조화로운 삶에 대한 고찰이다. 요즘에는 일반인의 지적 갈증이 심해 캠퍼스 밖에서 강연도 곧잘 한다. 대중 강연에 나설 때면 주문하는 게 있다.

많은 양이 깊이 있는 게 아닙니다. 강연이 있는 날 딱 한 가지만 배워 가려는 자세가 중요하지요. 함께 고민할 때 강연의 내용이 스며들고 강연 현장이 여운으로 남는 것입니다. 그게 삶의 내면을 고민하는 철학적인 문제라면 더 좋고요. 이때 사전 지식이 있다면 더 좋겠지요.

# 지상으로 내려와 대중과 만나는 철학

그의 학부 전공은 독문학이었다. 대학원에서 전공을 철학으로 바꾼 계기는 우연하게 찾아왔다. 프리드리히 실러와 토마스만 등에 매료돼 독일문학을 공부하려던 대학원생 이진우는 어느 날 독일의 한 카페에 앉아있었다. 카페에서 독일인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독일문학 연구 방법을 배우겠다는 그때까지의 생각이 흔들렸다. 독일은 물론 인류의 모습을 제대로 알고, 삶을 제대로 알려면 철학 공부가 좋을 것 같았다. 거기에다가 철학은 보편적 학문이어서 언어와 문화의 제한에 구속이 덜한 편이다.

독일 유학 이후 그가 빠져든 대상은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다. 니체의 삶으로서의 여행과 사상으로서의 여행, 장소로서의 여행을 부러워하며 빠져들었다. 그의 학문 여정에는 니체 외에도 하이데거를 비롯한 많은 철학자가 있었다. 그들의 생각을 일반 대중과 나누고 싶었다. 새천년이 시작되던 해에 지상으로 내려온 철학(책세상)이라는 책을 내놓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대학생과 고등학생인 아들과 딸을 제1독자로 여기고 읽혔지만 만족할 만한 대답을 얻지 못했다. 아이들은 아빠의 철학은 아직 지상으로 안 내려왔어요라고 평가했다. 그랬던 자식들이 한 달 전 출간된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를 찾아서(책세상)를 읽고는 확실하게 지상으로 내려온 글들의 모음이라고 평가했다.

아이들의 평가에 용기라도 얻은 것일까. 이 전 총장은 내친김에 대중·철학·여행을 키워드로 뽑아낼 수 있는 철학적 기행을 새로운 글쓰기 분야로 개척하고 싶어한다. 예를 들면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어려운 철학을 논하기보다는 그들의 삶의 여정을 살펴봐도 좋다. 이들의 삶은 그 자체가 학문적 삶인 까닭이다.

이 전 총장은 무분별한 유럽의 학문 풍토를 수용하자는 데에 반대한다. 그러나 독자로서나 학자로서 부러운 게 있다. 바로 유럽에서는 전통으로 자리 잡은 전기(傳記) 장르다. 우리나라에서는 제대로 된 전기나 평전이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어차피 삶은 사람들과 그들 사이의 관계를 주요한 토대로 한다면 전기나 평전만큼 세상을 제대로 알기 좋은 도구도 없다.

얼마 전 찰스 다윈의 전기를 읽었어요. 다윈의 전기에는 인류의 역사도 그대로 드러나요. 거기에는 비글호도 있고, 갈라파고스도 있어요. 여러 학문도 녹아들어 있습니다. 전기는 결코 피상적인 글로 이뤄진 게 아니잖아요. 그러려면 그만큼 많이 조사하고, 고민하고, 글을 써야겠지요.

# 긴 줄에 서지 말고 짧은 줄에 서라

한참 이야기를 듣다가, 그가 철학자이지만 이야기를 참 쉽게 풀어나간다고 생각했다. 비결을 무엇일까. 글쓰기와 말하기, 생각하기는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소통의 도구이거나 통로가 아니라고 설명한다.

생각했던 것을 말을 하면서 정리할 수 있습니다. 말을 하면 새로운 생각이 분출 되고요.

생각하기·말하기·글쓰기·철학하기는 인문학을 살리는 길이기도 하다. 그는 미국이나 유럽처럼 인문학이 권위를 빼고 주변학문과 소통하면 인문학의 위기는 없다고 강조한다. 조금 변하고 있지만, 대학 입학 때는 물론 고등학교 때부터 적성을 강제적으로 인식시키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한다. 미국처럼 대학에서 인문학을 제대로 공부하고, 전문대학원에서 다양한 전공을 공부하는 게 보다 나은 방법이라고 제안한다. 한국에서 인문학의 위기는 실은 내부 소통마저 거부하는 인문학자의 책임이 크다고 비판한다.

다른 학교 출신이나 여러 학문을 접한 학문적 방계(傍系)를 채용하는 데 인색한 문화는 학문적 폐쇄성을 부르고 인문학의 위기를 부른다는 것이다. 학부에서 문학을 공부했다가 대학원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출신 학교가 아닌 지방의 대학에서 학부 전공과는 다른 학과에서 강의하는 그의 제안이기에 설득력이 더 있다.

그런 그에게는 소명 의식이 있다. 지식인이 지방 발전의 초석을 다져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대구에는 전혀 인연이 없던 그가 몇 차례 서울의 대학으로 옮길 기회가 있었지만, 지방에서 은퇴하고자 하는 이유 중의 하나였다.

독일 지식인은 기회가 되면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해요. 그곳에서 행동하는 지식인이 되고, 학자가 되는 것이지요. 제가 학교에서 근무할 시간이 10년 정도 남았는데, 대구 팔공산 근처에 집을 지어 6월부터 사는 것도 이런 생각을 받아들여서입니다. 저에게는 대구가 고향도 아니지만 오기가 발동했어요. 중앙이 아닌 지역에서도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생각 말입니다.

그래서일까. 제자를 비롯해 다음 세대에 던지는 메시지가 선명하게 남는다. 너무 휩쓸리는 것은 좋지 않고, 자신만의 가치를 지녀야 한다며 그가 제안한다. 긴 줄에 합류하지 말고, 짧은 줄에 서라고.

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 이진우 전 총장은…

1955년 경기 화성 출생. 계명대 철학과 교수. 계명대 총장과 한국 니체학회 회장 등을 지냈다. 연세대 독문과 졸업. 독일 아우크스부르크 대학에서 철학석사와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인간 실존을 둘러싼 모든 문제를 그 극단까지 철저하게 사유한 니체의 실험 정신을 존중한다. 인간의 자유, 생명과 기술의 문제를 이성과 권력의 관점에서 재조명하고 있다.

●저서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를 찾아서 프라이버시의 철학 지상으로 내려온 철학 이성정치와 문화민주주의 이성은 죽었는가 도덕의 담론 니체, 실험적 사유와 극단의 사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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