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ytime, anywhere, we are a family!

커뮤니티

모교소식

실크·목판·동판으로 만나는 정점식 화백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6,066회 작성일 10-07-13 00:00

본문

실크·목판·동판으로 만나는 정점식 화백
1주기 추모전…송아당화랑
  20100708_184718000.jpg
정점식 작 하늘
“내가 너무 오래 살았나 봐. 요즘 그림 그리는 일이 힘들어져만 가네. 자네가 몇 번 좋은 화집을 출판해주어 고맙지만 아직 한 가지 일이 남았네. 내 작품들 중에서 10여 점을 선정해 주겠으니 자네가 판화로 제작해 보시게. 지금까지 나를 사랑해 도와주고 용기를 주신 여러분에게 보답하는 뜻에서 판화를 만들고 싶네. 자네가 맡아서 하게. 판화가 완성되면 저렴한 금액으로 부담없이 가질 수 있게 하고 싶네. 부탁하네.”

고 정점식(1917~2009) 화백은 제자인 미술공론사 천 정 사장에게 생전에 이런 말을 했다. 그래서 천 사장은 2008년 10월부터 장석태 판화공방에서 판화 작업을 시작했다. 이때 정 화백이 선정해준 작품은 하경 부분도’(1973), 사랑의 테마’(1977), 포옹’(1982), 소녀와 새’(1985), 공간’(1985), 하늘’(1986) 등 8점.

하지만 판화 작품 완성 20여 일을 앞두고 노(老) 작가는 홀연히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일 년 후, 작가의 아들인 정윤 한국외대 교수가 아버지를 대신해 사인을 한 판화전이 열린다. 고 정점식 화백 1주년 추모 판화전이 17일까지 송아당화랑에서 열린다.

송아당 박춘자 대표는 “고인이 되신 화백은 누드 크로키 판화는 있었지만 이처럼 유화 작품을 제작한 판화는 없었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정 화백의 처음이자 마지막인 판화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작가가 직접 선정한 이 작품들은 주로 구상에 가까운 작품들로, 사랑을 이야기하는 따뜻한 감성의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판화를 제작한 천 사장은 “선생님은 수준 높은 작품들 가운데 사람들이 대중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구상 작품들을 선택하셨다”면서 “실크, 목판, 동판 등 혼합 작품으로 제작해 완성도가 높다”고 말했다.

권원순 미술평론가는 작가의 생애를 두고 궁핍의 신’이라고 표현했다. “그분은 평생을 대구를 지키며 어렵게 작업했어요. 가난한 시절, 작품에 마티에르 효과를 내기 위해 기왓장을 갈아 넣기도 할 만큼 어려웠죠. 하지만 그 누구보다 방대한 독서량으로 감성과 더불어 지성이 조화된 그림을 그렸어요. 시대를 앞서간 그림을 그린 때문에 가난했지만 자기 길을 꾸준히 걸어온 작가입니다. 그래서 대구 모더니즘 미술의 영역을 넓히셨죠.”

정 화백은 우리나라 추상회화의 제1세대 화가로, 서울 화단과는 등진 채 대구에서 현대미술 연구에 몰두해왔다. 그 결과 토착적이면서 독자적인 추상회화 세계를 완성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계명대에 극재 정점식 미술관이 있으며 2004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는 8개 판화 35세트가 한정판매된다. 판화 작품과 함께 유화 작품도 전시된다. 053)425-6700.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Copyrights ⓒ 1995-, 매일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2010년 07월 09일 -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