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동의 기후 환경 탐방] 포스트코로나에 대응하는 생활방식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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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2-09   |  발행일 2020-12-09 제26면   |  수정 2020-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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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대 지구환경학과 교수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가 만드는 전염병은 특정 기후조건을 갖춘 한정된 지역의 풍토병으로 존재하다가 기후변화로 그곳과 유사한 기후조건을 갖춘 지역이 발생하면 영역을 확대해간다. 또 전염병의 대유행 가능성은 교통의 발달로 사람과 물자의 교류가 활발해져서 더욱 높아졌다. 기후변화와 활발한 국제 교류 그리고 인구팽창에 따른 자연 수탈 행위 확대는 전염병이 황금시대를 맞이하는 큰 기회로 작용한다.

풍토병은 어떤 제한된 지역에서 발생하는 경향을 보이는 전염병이다. 예컨대 과거 말라리아는 아프리카 내륙지역과 같은 열대지역이었고, 말라리아 원충을 운반하는 모기(anopheles)의 서식지와 일치했다. 이 모기의 서식은 기온과 강수량 등의 기후조건과 지형에 의존한다는 사실로부터 말라리아는 질병과 기후와의 관련성을 잘 보여준다. 또 열대지역에는 열대병이라고 불리는 다양한 질병이 존재하는데 고온다습한 지역에서 유행한다. 졸림병, 황열병, 뎅기열 등이 이에 속한다. 이 중에서 말라리아는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환자가 종종 발생하고 있고, 황열병, 뎅기열 같은 전염병은 일본까지 상륙했다. 이외에도 1930년대 말에 사라졌던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가 유럽과 미국에서 1990년대 말부터 다시 유행하여 사람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 바이러스는 사람의 뇌를 손상시키기에 두려움의 대상이다.

과거에 사라졌던 것이 재차 유행을 하는 이유도 기후변화로 과거 바이러스가 유행하던 시기의 기후가 복원된 것에 기인할 가능성이 높다. 지구의 온도는 1930년대 말부터 1980년대 초까지 약 40년 동안 지속적으로 하강하였는데,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가 유행했던 37년경은 20세기 동안에 가장 기온이 높았던 시기였다. 기온 하강기를 맞아 사라졌던 바이러스가 기후변화로 재차 고온기를 맞이한 90년대 말에 다시 나타났다.

그런데 기후조건은 전염병을 발생시키는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라고 한다. 기후조건에 더하여 인간 쪽에서 제공하는 여러 조건이 상승작용을 일으킬 때 유행이 시작된다고 한다. 농작물을 재배하고 주거용 땅을 만들기 위해 삼림을 훼손해 야생동물들을 좁은 궁지로 쫓아내고, 경제성장을 위해 국제교류를 강화하는 일은 전염병 유행에 충분조건을 달아주게 된다. 이러한 삶의 방식을 고집해선 기후변화와 전염병 황금시대를 막을 수 없다.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를 대비한 새로운 삶의 방식을 받아들일 결단이 필요한 시기다.
계명대 지구환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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